1. 젠더화된 조직이란 무엇인가?
(젠더화된 조직에서 개인이 젠더화되는 과정에 대해)
젠더화된 조직 논의에서는 젠더와 관련된 연구의 초점을 개인 또는 개인 간의 상호작용이 아닌 사회집단에 맞추고 있다. 개인들이 사회집단을 구성하지만 사회 집단은 집단 내 전체 개인의 총합 그 이상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젠더가 개인들의 특성이나 그들 간 상호작용보다 큰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사회는 결국 점들의 속성을 판단할 수 없고, 사회의 모습에 따라 젠더가 갖는 힘이나 방식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젠더는 단순히 습득된 지식이 아니라 조직의 작동 원리이고, 조직 안에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그때 비로소 확인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젠더화된 조직이란 유리함과 불리함, 착취와 지배, 행동과 감정, 의미와 정체성이라는 관념이 남자와 여자, 남성적과 여성적이라는 구분을 통해, 그리고 그러한 구분의 관점에서 정형화된 조직을 의미한다. 젠더화된 조직에서 조직과 관련된 모든 것은 이미 젠더화되어 있으며, 젠더는 조직의 기능에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조직에서 젠더는 맞물린 다섯 개의 과정에 따라 생산된다.
첫째, 조직은 젠더 기준에 따라 물리적 위치, 권력, 행위 등을 분리한다. 가령 헬스장의 경우, 체력 단련실과 에어로빅실과 같이 좀 더 남성적인 곳과 덜 남성적인 곳으로 분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탈의실도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분리되어 있다.
둘째, 젠더화된 조직은 이런 분리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상징이나 이미지를 구축하ㄴ다. 가령 헬스장의 벽에는 날씬한 여자의 사진이나 근육이 발달한 남자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가 붙어있다. 여자는 날씬해지기 위해 헬스장에 다니고, 남자는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다닌다는 생각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셋째, 젠더화된 공간에는 이러한 분리와 불평등을 강화하는 상호작용이 만들어진다. 체력 단련실이라는 젠더화된 공간에서 남자는 에어로빅실의 여자나 유산소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여자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할지도 모른다. 어쩌다 체력단련실에 여자 한 명이 우연히 들어오면 그녀는 이곳을 자기가 들어올 데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녀를 지켜보던 헬스장 직원은 무엇인가 도움을 주려 할 지도 모른다.
넷째, 젠더화된 조직은 한 사람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준다. 체력 단련실의 남자들이 자신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음을 눈치 챈 여자는 남자들이 웨이트 운동을 중단하라고 은근히 압박하는 것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이런 압박을 받으면 여자는 웨이트 운동이 자신에게 적절한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상화작용과 젠더에 관한 내면 생각 모두에 조직 그 자체가 영향을 주는 것을 보여준다.
다섯째, 젠더가 사회구조를 만들어내고 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이는 조직 논리를 통해, 즉 조직의 기저에 자리 잡은 전제와 관행을 통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헬스장이라는 조직이 젠더 차이를 전제로 구성된다면, 헬스장은 젠더를 조직 구조 내부에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2. 젠더논의에서 교차성이란 무엇인가?
(젠더논의에서 교차성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교차성의 개념은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를 예시로 설명될 수 있다.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는 여러 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기에 어떤 축에 의해 발생한 사고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는 왜 하필 그 지점에서 사고가 났는지를 설명 해야하고, 그것이 설명되지 않고 누구의 책임인지 불분명할 때 시정되기 어렵다.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와 같이 단일한 축으로 어떤 집단을 설명하려듦으로써 오히려 주변화되고 마는 사건들을, 여러 축의 복합적인 작용을 모두 주시함으로서 탈주변화하려는 시도에서 교차성 개념이 등장했다. 흑인 여성이 받는 차별을 설명하려할 때, 젠더와 인종주의를 따로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가 어떻게 결합되어 작동하는 지를 설명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차성 개념에서 경계해야할 것은 권력들의 교차를 통해 형성되는 차별을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차별로 이해하는 것, 이로써 어떤 정체성을 특권화하는 것이다. 교차성의 핵심은 억압이 이중, 삼중으로 결합될 때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었을 때 억압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걸 포착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억압 구조를 변화시킨다고 해서 다른 구조도 동시에 변하는 것이 아니며, 억압이 상호 맞물리면서 하나의 매트릭스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교차성의 개념은 분할된 정체성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역할로 이어질 수 있다. 공동체 내의 차이를 억압하는 요소들을 제거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재맥락화된 정체성을 갖고서 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전에는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경험만을 이야기함으로써 흑인 여성이 어디에도 동일시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교차성 분석을 통해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는 흑인 담론과 정체성이, 흑인과 백인을 아우르는 여성 담론과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차성 분석은 소외의 극복을 가능하게 한다. 가령 여성 노동자가 노동운동의 대의를 위해 노조에서의 성차별을 고발하지 못하는 등 자신을 희생하는 과정에서의 소외를 극복하게 한다. 노동 운동 또한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잇는 형태로 변화할 수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개인들, 혹은 집단들에게 스스로 소외시키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한다. 나아가 교차성은 구조에 집중할 것을 꾸준히 요구하면서 개인이나 문화의 문제로 표상되는 실태가 실은 구조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는 역할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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