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한국의 전통음식일까?>
1. 전통음식의 정의
과연 짜장면을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통음식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전통적인 방식대로 만든 음식이다. 여기서 전통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서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을 의미한다. 특정 지역의 자연 환경적, 역사적,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담겨 전해져 내려온 결과물이 전통 음식이라는 것이다. 어느 지역의 음식이든 음식이라는 것은 그 지역의 자연 환경과 생활 경험 속에서 축적된 결과물이기에 전통음식은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2. 짜장면의 유래
짜장면이 전통음식인 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짜장면이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의 대표적인 외식 메뉴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 배경을 우선 알아야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짜장면이 외래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짜장면은 중국에서 중국 된장인 취옹장을 야채, 고기와 함께 볶아 국수에 비벼 먹던 음식으로, 작장면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짜장면은 1883년 지금의 인천인 제물포를 개항하면서 제물포와 가까운 산등성 출신의 중국 노무자들을 통해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항만 노동자들이 먹던 음식이 우리나라 전역에 퍼진 것은, 당시에는 고급 음식점이었던 청요릿집에서 짜장면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변형해 팔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교들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했고, ‘한국식 춘장’을 개발했다. 중국식 춘장을 매우 짠 편이고 너무 느끼해서 한국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데, ‘사자표 춘장’이라는 한국 최초의 면장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캐러멜을 섞어 달달한 맛을 더해 새로운 한국식 춘장을 만들었다.
6.25전쟁 이후 많은 화교들이 한국 땅을 떠나고 한국 사람들이 중국집의 주방을 차지하면서 중국의 작장면을 한국식으로 변형하려는 노력이 더욱 가속화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작장면은 볶은 면장 위에 생야채를 넣는 형식이었으나, 중국식과는 달리 양파, 당근, 감자 등의 야채와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추가로 기존의 작장면은 국물이 적고 차가운 비빔국수 형식의 음식이었는데, 따뜻하고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해 국수에 소스를 붓기 직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내놓는 방식으로 조리법을 바꾸었다고 한다.
3. 그래서 짜장면은 한국의 전통음식인가?
이처럼 산등성 출신의 중국인들에 의해 중국의 작장면이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왔고, 이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기존의 작장면과는 다른 새로운 한국의 짜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짜장면을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짜장면은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불러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전통음식은 전통을 간직한 음식이고, 여기서 전통이란 특정 지역의 자연 환경적, 문화적 요소가 축적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에서 중요하게 강조해야 할 부분은 전통 음식은 ‘특정 지역의 자연 환경적, 문화적 요소가 담겨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어떤 음식이 전통음식에 해당하는 지 그렇지 않은 지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것은 해당 음식이 특정 지역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했는지, 혹은 음식의 기원이 어디인지라기보다는, ‘특정 지역의 문화를 잘 담고 있는지’의 여부라고 생각한다. 짜장면에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담겨있고, 역사, 문화적 상징으로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
1. 먼저 짜장면에는 우리의 ‘입맛’이 담겨있다. 작장면의 주재료인 춘장을 새로운 ‘한국식춘장’으로 만들어냈고, 춘장에 생야채만 넣어 먹었던 기존과 달리 각종 야채와 돼지고기를 함께 볶기 시작했고, 차가운 비빔국수 형태였던 작장면을 따뜻하고 국물이 많은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였다. 중국의 작장면은 기존의 모습과 다른 새로운 형태로 재료와 조리법이 변화하였고, 짜장면에는 한국인의 ‘입맛’이라는 문화 요소가 반영된 것이다. 전체적인 형태나 맛으로 판단하여도 짜장면은 작장면과 다른 새로운 형태임을 알 수 있다.
2. 또한 짜장면은 1900년대 후반 힘들었던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있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짜장면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외식 메뉴 1위였는데,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와 더불어 외식문화가 대중화되어 가던 무렵 한국인들이 찾은 곳이 중국 식당이었다고 한다.
외식은 물론 밥을 굶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던 시절, 졸업식이나 입학식 같은 거창한 행사가 끝나고 난 뒤 먹었던 ‘이벤트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1970년대까지 중국음식은 청요리로 불리면서 한국사람들에게 외국 문화의 이미지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원천이었다고 한다. 한식은 아직 가정의 음식이었고, 일식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양식은 너무 비쌌다. 반면 중국 식당은 값이 저렴하면서 집에서 먹기 힘든 별식이였기 때문에, 외식 장소로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가수 지오디의 ‘어머님께’라는 노래의 가사에도 짜장면이 등장하는데, 짜장면이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다.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짜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지 않았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짜장면은 단순히 중국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음식이었고,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특별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눈물겨운, 행복한 순간의 상징인 것이다.
3. 마지막으로 짜장면에는 한국인 특유의 섞기 문화가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비빔밥에서도 보여지듯 한국인들은 무엇이든지 함께 어울려 섞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짜장면 한 그릇에는 중국, 일본, 서양이 고루 섞여있다고 한다. 중국의 작장면에는 양파는 물론 야채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단지 볶은 면장 위에 생오이 등 신선한 야채 한 두가지를 고명으로 올리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짜장면에는 고기, 감자, 호박 등 갖가지 채소를 많이 넣어 영양이 훨씬 풍부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식인 밥에 반찬을 곁들이는 습관 또한 반영되었는데, 중국 사람들이 작장면에 파만 같이 먹었던 것과 달리 짜장면에는 한, 중, 일 삼국의 음식이 하나씩 밑반찬으로 나온다. 일본에서 들어와 한국식으로 변형된 단무지를 함께 먹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김치를 반찬으로 먹기도 하며 가끔은 중국의 절인 채소 음식인 ‘짜사이’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이는 서로 다른 것을 어우르고 포옹하며 함께 섞이고 무리 짓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짜장면에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며 다른 국가들과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고, 이제는 원하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직접 해외에 가지 않더라도, 전세계 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제 짜장면은 전화 주문 한 통,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중적인 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짜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힘들었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음식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짜장면에는 우리민족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있다. 짜장면이 전통음식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음식을 전통음식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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