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
1. 레드 콤플렉스란?
레드 콤플렉스란 공산주의에 대한 과민적인 반응을 일컫는 말로, 적색공포라고도 부른다. 보다 구체적으로, 지난 역사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그와 관련된 공산주의와 공산주의를 신봉 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과 정서의 복합체를 레드 콤플렉스라고 말한다. 흔히 우리는 북한과 공산주의를 칭하는 말로 ‘빨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정운헌(2012)는 “우리사회에서 ‘빨갱이’란 단어는 단지 공산주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빨갱이’란 말은 짐승 만도 못한 존재, 도덕적으로 파탄난 비인간적 존재, 국민과 민족을 배신한 존재를 천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하였다(이민형, 2017, 재인용). 우리는 북한과 공산주의를 단순 이념 갈등을 넘어서, 죽여야 할 존재, 인간이 아닌 존재로까지 칭하고 있는 것이다.
2. 레드 콤플렉스의 형성 과정
한국인의 레드 콤플렉스는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기본 모형이 형성되던 시기, 6.25전쟁과 이승만, 박정희의 독재 정권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장정일(2004)는 “이승만이 만들어 놓은 극우반공체제는 1960년 4.19에 의해 해체, 완화의 기미를 보이다가 1961년 박정희 쿠데타에 의해 더욱 강고한 틀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장정일(2004)는 6.25전쟁 직후 일어났던 제주 4.3사건, 부역자 사건 등의 수많은 ‘학살’을 한국 사회에 레드 콤플렉스가 깊게 자리하게 한 주범으로 지적했다. 장정일(2004)는 “집안에 좌익이 한 사람만 있어도 한 집안 전체가 풍비박산”났던 당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빨갱이가 아님을 입증해야 했다고 말한다. 장정일(2004)는 이러한 대량 학살이 대중들에게 “공포와 위축의 기억”을 주입했고, 오늘날 한국인의 레드 콤플렉스를 만들어 냈다고 말하고 있다. 끔직한 전쟁과 독재 정권의 기억은 한국인을 지독한 레드 콤플렉스에 빠져들게 했고, 전후 사정을 막론하고 북한과 관련된 것들은 모두 처단해야 할 존재, 상종해서는 안될 사악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가 한국인들의 판단력을 마비시킨 것이다. 이민형(2017)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은 현재까지도 레드 콤플렉스를 가지고 북한에 대한 경계심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 한국 사회와 레드콤플렉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늘날 한국인의 레드 콤플렉스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추세이다. 이민형(2017)은 2017년 5월 제 19대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며 선거에서 종북과 반미의 키워드가 예전처럼 큰 활약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가지고 있었던 레드 콤플렉스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민형(2017)에 따르면, 연령이 높을수록 레드 콤플렉스에 많은 영향을 받고, 어릴 수록 레드 콤플렉스의 영향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을 직접 겪고, 독재정권을 거치며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레드 콤플렉스에 더욱 민감하고,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들은 이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한국인의 레드 콤플렉스는 냉전 시대의 슬픈 산물이며, 미국과 소련의 권력 다툼 속에서 생겨난 우리 민족의 비극이다.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구별과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적대 의식은 한국 사회로 하여금 본질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긴 시간 그들을 괴롭혀 온 일제강점기 친일파에 대한 분노를 북한과 좌파 세력으로 돌렸고, 좌파를 처단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친일파들의 권력 유지를 정당화했다.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한국인은 모두 냉전 시대와 독재 정권의 피해자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는 레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상황을 재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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