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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020-1] 현 코로나 사태를 통해 본 WHO의 조직 구조적 한계점 분석(2) : 권력의 불평등/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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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코로나 사태를 통해 본 WHO의 조직 구조적 한계점 분석(2)>



3. 권력의 불평등 측면

3.1 WHO 내 권력의 불평등

WHO는 공중보건과 위생 분야를 담당하는 유엔 국제기구이다. 국제기구는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조직으로, WHO는 전염병, 보건 문제와 관련된 국제 사회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조직되었다. 범 국가적 목표를 위해 모인 조직인 만큼 WHO에는 수많은 국가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의 컨트롤타워로서 인류를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 WHO이지만, WHO 안에서는 국가들 간 권력 관계, 즉 국가들 간 권력 불평등이 존재한다. E. H. 카는 “정치란 항상 권력 정치”이며, “다른 모든 정치와 마찬가지로 국제 정치도 권력투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WHO 역시 예외일 순 없다. WHO 내에서도 치열한 권력 투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영향력이 큰 소수의 국가가 WHO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WHO가 특정 국가에 편파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자금에 있다. WHO는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온전히 회원국의 기부로 충당하고 있다. 필요한 자금을 충족하지 못하면 WHO의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에, WHO는 주요 기부 국가들에게 수시로 고개를 숙이며 기부를 요청해야한다. 이를 두고 하버드 글로벌 위생 연구소 직원 아쉬쉬 자는 “회원국들은 (WHO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원국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내야 하는 입장으로서 WHO는 회원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한편 주요 기부 국가들은 기부금을 명분으로 소위 “갑질”을 할 수 있고, “WHO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게” 된다.
실제로 WH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금은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로부터 조달되고 있다.

WHO의 존속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금이 필요한데, 해당 자금은 모두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또한 회원국들 중에서도 많은 기부금을 내는 소수의 국가들이 존재하고, 국가들 간 후원하는 기부금액 편차가 큰 상황이다. 기부금은 곧 WHO에 대한 해당 국가의 영향력을 의미한다. 의사결정이 주요 기부 국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3.2 권력의 불평등이 코로나 대응에 미친 영향

자금의 문제로 WHO 안에서는 국가들 간 영향력의 차이, 즉 권력의 불평등이 존재하고, 이는 WHO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은 주요 기부 국가 중 하나이며, 이에 따라 WHO 내 영향력이 큰 국가이다.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조직적 상황 탓에 WHO는 중국의 편을 들며 코로나 대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발생 초기에 코로나의 위험성을 크게 보도하지 않았고, 이것이 늑장대응으로 이어지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은 코로나의 위험성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WHO는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질환이 발생했다는 중국의 첫 보고 이후 한달 반, 2020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WHO는 코로나 전문 조사팀을 중국에 파견했다. 또한 조사팀을 당시 코로나의 발원지로 꼽혔던 우한이 아닌, 베이징, 관둥성, 쓰촨성 등에만 파견했는데,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뒤늦게 우한을 방문하였다. 방문 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끊임없이 늘고 있는 상황임에도 “중국이 취한 조치들 덕분에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을 감싸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WHO가 팬데믹 선언을 미루며 대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팬데믹이란 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WHO는 2020년 3월 11일에 되어서야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하였는데, 이는 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질환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지 70일만의 일이었다. 당시 코로나 감염국은 114국에 이르렀고 11만 8000여명의 감염자와 4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진 상황에서야 팬데믹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두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서는, 중국이 1월 21일 WHO 사무총장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팬데믹과 같은 전 세계차원의 경고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첩보 문건을 입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WHO는 이것이 허황된 정보라 반박했다.)

코로나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중국의 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만은 중국에 대한 빠른 차단과 마스크 발급 및 보급 정책을 통해 코로나 사태를 성공적으로 방역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 첫 발병 사례가 보도되자 대만은 대만과 우한을 오고 가는 모든 항공편을 즉시 중지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응이었다고 한다. 이후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2020년 1월부터 마스크 수출을 차단하였고, 독자적인 마스크 정책을 시행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적 마스크 정책이 이 정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을 만큼 대만의 코로나 대처는 훌륭했다.
그러나 코로나 대처 모범국으로서 WHO 총회에 참여해 성공 경험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게 해달라는 대만의 요청은 거절되었다. 대만이 WHO 총회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는 중국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국제 사회로부터 배제시켜왔다.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면서, 대만은 유엔은 물론 WHO를 비롯한 유엔 전문기구로부터도 배제되었다. 결국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국가임에도 대만은 WHO와 중국의 정치적인 이유로 국제사회에 어떠한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WHO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이토록 커진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기부금 삭감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은 유엔과 WHO 할당 기금을 삭감하였고, 이에 WHO는 중국에 손을 벌렸다. 중국은 개발도상국과 국제기구에 향후 10년간 6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하였고, WHO지원 명목으로 2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WHO는 중국을 배제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사실상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주요 기부국으로서 ‘갑’의 위치에 있는 미국 또한 중국과의 힘겨루기 상황에서 기부금을 운운하며 WHO를 협박하고 있다. 국제 관계 속에서 WHO는 ‘을’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여러 국가들에 휘둘리고 있다.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WHO가 전 세계의 보건 질서를 위해 움직이는 국제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기부금으로 자금을 충당하고, 이에 전전긍긍하며 주요 기부 국가의 입맛에 맞게 운용 될 수 밖에 없는 WHO의 조직 구조적 한계를 전 세계인이 여실히 알게된 사건이었다.


4. 환경과의 상호작용 측면

4.1 WHO와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심층적인 조직 연구를 위해선 해당 조직의 내부적 특성에 대한 파악 뿐 아니라, 조직이 처해있는 외부 환경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조직이 외부 환경과 맺는 관계 방식과 상호작용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조직에 대한 완결된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 WHO를 둘러싼 주요 환경으로는 WHO와 관계를 맺는 전세계 국가들이 있다. WHO가 회원국들과 맺는 관계 방식과 그들과의 상호작용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WHO와 외부 환경 간 관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WHO에서는 질병 컨트롤타워로서 회원국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글로벌 차원의 국제보건규칙(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이하 IHR)를 제정한다. WHO가 제정한 규칙인 IHR을 통해 WHO의 기본 이념은 물론, WHO와 전 세계 국가들간의 상호작용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
IHR에는 WHO와 각국이 전염병이 발발한 상황에서 취해야할 조치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IHR은 개별 국가에 대하여 보건 규범을 준수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통제’ 수단의 근거는 갖추고 있지 못하다. 즉, IHR에는 회원국이 기준에 따른 준수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항이 담겨있지 않다. 2005년 IHR의 개정에 대한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던 개별 국가들은 WHO에 정치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했다. 또한 WHO가 권고한 조치보다 개별 국가가 보다 나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 IHR에 따르지 않고 개별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추가했다. 즉 IHR은 WHO와 개별 국가 사이의 약속된 규칙일뿐, WHO는 각 국가에 강력한 준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 특정 국가가 WHO의 권고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여도, WHO는 어떠한 법적 구속력도 갖지 못하기에 해당 국가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IHR과 자국의 생존과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개별 국가는 얼마든지 IHR을 내버리고 자국에게 이익이 되는 조치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 WHO는 어떠한 제제도 가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강제력의 부재로 인해 WHO와 주변 국가들은 loosely coupled된, 즉 느슨하게 결합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Loosely coupled된 관계란 짜여진 강제적인 계획과 규칙보다는 개별 단위의 자율성이 존중되고 우선시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Loosely coupled된 조직은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통합성과 규칙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혼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4.2. 상호작용적 특성이 코로나 대응에 미친 영향

앞서 언급한대로 국제 보건 규정(IHR) 채택 당시, 많은 국가들의 반대로 WHO는 법적 강제력을 얻지 못했다. 이로 인해 형성된 외부 조직과의 느슨한 관계성은 고질적인 초기대응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다. 열위의 권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외부 조직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역으로 외부 세력에 쉬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WHO는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고 조직의 생존에 몰두하게 된다. 이번 ‘코로나 늑장 대응’ 역시 이 문제가 현상학적으로 드러난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발병 초기에 WHO는 신종코로나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여행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WHO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중국에 대해 여행금지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의 경우, 최고 수준의 4단계 여행 경보를 중국 전역에 대해 발령했고, 일본 역시 중국에 대한 감염증 위험정보를 상향 조정, 자국민의 중국 여행 경보 또한 한 단계 상향했다. 이탈리아 또한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든 중단하였으며, 독일 외무성은 중국 전역에 대해 불가피하지 않은 여행을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물론 중국 여행 교역 제한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WHO의 입장에 대해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그러나 WHO의 본심이 무엇이든 간에 위의 사례는 외부 조직, 특히 각국 정부에 대한 WHO의 영향력이 미비함을 보여준다.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조치의 적절성을 떠나 그 실행조차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거브러여수스는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너무 많은 관련국가가 여전히 WHO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라 말하며, 코로나 관련 상황을 상당수 국가가 제대로 보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 2005년 전염병 대응에 대한 국제협력 강화를 위해 국제 보건 규정(IHR)을 채택했다. 196개의 회원국들이 관련 정보를 WHO에 공유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WHO가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현 코로나 사태에서 이 규정은 유명무실한 약속이 되어버린 듯하다. 일례로, WHO 자문위원이었던 한 전문가는 지난 1월 사이언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보건당국이 환자 관련 정보를 제한적으로만 제공하고 있어 WHO는 주어진 정보만을 토대로 위험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WHO는 제한된 강제력으로부터 비롯된 느슨한 관계성으로 인해 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WHO가 여행 금지 조치에 관한 지시를 내렸음에도 실질적인 집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적절한 판단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각국 정부로부터 제공 받을 수 없었다. 결국 WHO는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과 동떨어진 미온한 대처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거센 늑장대응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요약 및 제언

이상의 내용으로 WHO의 코로나 부실 대응이 일시적인 착오가 아닌 구조적인 한계로부터 비롯된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첫째, WHO는 국제적인 규모의 행정조직으로서 비대한 관료제적 조직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대응의 융통성이 떨어지고 절차적인 제약 탓에 업무 처리가 늦어진다. 이처럼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WHO는 과거 에볼라 사태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역시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둘째, WHO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구성원으로 이루어져있다. 따라서 업무에 대한 다문화적 접근이 가능하지만, 조율에 실패할 경우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갈등의 소지 또한 존재한다. 이로 인해 조직의 통합도가 떨어지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이 한계점은 관료제적 특성과 마찬가지로 WHO가 지닌 고질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역시 신속한 초기 대응을 저해한 간접 원인 중 하나로 분석이 가능하다.
셋째, WHO는 기부에 의존하여 운영되기 때문에 지원하는 자금에 따라 참여 국가들 간 권력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고 자금 조달을 많이 하는 국가가 결정권을 갖게 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WHO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이유도 주요 기부국인 중국의 편의에 따라 소극적인 자세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WHO는 강제성의 부재로 인해 외부 국가들과 느슨한 관계성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이를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실행력이 떨어진다. 코로나 사태에서 역시 WHO는 여행 금지 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했고 사태 파악을 위한 정보를 각국 정부들로부터 요구했다. 그러나 외부 국가들은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로 인해 WHO는 코로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WHO의 코로나 늑장대응은 사실상 예견된 사태였다. 과거 에볼라 사태에서 겪었던 문제를 WHO는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코로나 사태에서 역시 비슷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WHO는 코로나 사태를 넘어 코로나 이후의 전염병 역시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관료제적 경직성을 완화하고 융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현장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지역사무국의 재량권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두 번째는 다문화적 장점을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끔 구성원들 간 갈등 조율 수단 및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한 내부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소수 기부국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기 위해선 자금 조달의 경로를 다각화해야 한다. 보다 다양한 후원국을 확보하고 개인 투자자의 수 또한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국제 협약을 통해 WHO가 집행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WHO와 외부 국가들 간 대등한 관계 및 강한 상호 영향력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자금 조달과 강제 집행권 문제는 조직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만큼 극복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는 WHO를 비롯한 모든 국제기구의 공통적인 한계로, 전 세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 노력만으로 해결이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WHO가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사실 또한 분명하다. 이제는 용기있는 결단과 구조적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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